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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살아남는게 중요하다.
    memo 2024. 11. 2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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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부터 말하면 인디메이커로 살아남고 싶다는 게 이 글의 한 줄 요약이다. 

    그 한줄로 가기 위해, 먼저 내가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고백해 본다. 

     

    나는 '마케팅'으로 묶이는 여러 영역에서 업무 경험을 쌓았다. 심리학을 전공한 뒤, 국내외 대형 이벤트를 기획, 운영하는 이벤트 프로모션 회사에 들어갔다. 관공서를 포함해 일반 기업들의 프로모션 기획부터 운영까지-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프로모션의 전체 과정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는데, 2000년 초-중반 시절 그 영역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능력자들의 전장이라기 보단 노동집약적인 시행착오가 넘치는 야생이었다. 오프라인의 경험을 쌓은 뒤 심리학 석사를 마치고 게임 회사에서 마케팅을 했다. 앱마케팅을 하면서 대형 게임들의 론칭, 운영 마케팅을 진행했고 게임 팬덤의 로열티를 체감했다. 오프라인부터 앱까지- 내가 경험한 마케팅의 영역들에서 교집합을 발견하고 내가 스스로 그런 교집합이 되어왔다. 

     

    교집합이 되는건 특별했지만, 새로운 길을 시작하기엔 뭔가 부족했다.

    나의 커리어 패스는 누군가에게는 변덕스러워 보인다. 있던 곳에서 만족할 수없었고, 늘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내가 직접 내가 원하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고, 만들어야 할 순간이라고 생각할 때 회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차렸다. 치밀한 준비도 계획도 없이 '스타트업'이라는 걸 시작한다며 판을 벌리고 사람들의 말에 흔들렸다. 자신 있었던 아이템은 욕심을 부린 탓에 방향이 모호해지고 답보 상태에 빠졌다. 누구나 걸을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출구로 통과하기는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한참을 걷고 나서야 알았다. 반듯하지도 않고, 표지판은 스스로 만들어야 하고 갑툭튀 날짐승을 피해 몸을 숨기고 때론 숨이 찰 정도로 뛰어야 하는 그 길에서 나는 제대로 된 나침반도 없이 헤맸다. 

     

    중요한 건 어떻게든 먹고 사는 것

    몇 년 동안 헤매고 난 뒤, 혼자가 되었다. 실제로 곁에 있는 사람들이 없어지기도 했고, 곁에 있더라도 느슨한 관계로 묶여있다. 공동의 관심사나 일거리가 있다 해도 오랜 시간 깊은 관계를 맺기는 더 어려워졌다. 혼자 어떻게든 먹고살아야 하니 뭐라도 해야 하는데, 지금의 이런 나를 스스로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 때 늦은 '나 들여다보기'에 마음이 심란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때로는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도하면서 성취감을 느껴왔으니 그런 것을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 싶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타입은 아니지만, 사람들을 좋아하니 작은 것이라도 사람들에게,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돈도 벌고 싶고. 그래서 이제 어떤 직업을 새로 갖는 것에 뜻을 품기보단, 스스로 뭔가를 만드는 메이커의 길로 가기로 했다. 

     

    스타트업이든, 인디메이커든- 이 길은 반듯한 길이나 표지판은 없고, 어느 방향으로 가다 보니 뭐가 나왔다더라 라는 풍문만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회고나,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이라기 보단 포장술에 가깝다. 차라리 그저 어떻게든 먹고살기 위한 노력들을 성실하고 꾸준하게 이어가면서 찾아오는 기회를 잡을 준비를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솔직하다. 나 역시, 이제는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원하는 프로젝트들을 스스로 만들고 운영하면서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인디메이커에게 필요한 것

    인디메이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기술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태도, 생활관리, 심리적 안정, 개인의 브랜딩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균형 잡힌 접근이 있어야겠다. 어떤 것들이 중요할지, 내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이 글을 핑계 삼아 정리해 보기로 한다.

     

    1. 혼자 힘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대. 피곤하지만 계속 배우기

    기본적인 코딩 및 노코드 도구 활용 능력

    원하는 프로덕트를 빠르게 만들기 위해 코딩(HTML, CSS, JavaScript, Python)을 배우든 노코드 도구(Bubble, Webflow, Flutterflow 등)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온라인 강의나 커뮤니티를 찾아다니면서 코딩을 배우기 위한 시도들은 여러 번 해봤지만, 역시 가장 효과적인 배움은 무언가를 만들면서 배우는 것이었다. 일단은 노코드 솔루션을 주로 활용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뭔가를 만들면서 코딩을 익히고 배우고 있다. 

     

    자동화 및 생산성 도구 적절히 활용하기

    혼자 일해야 하는 사람에게 작업의 자동화, 시간 절약은 중요하다. Zapier, Make, Notion 같은 도구들과 친숙해려고 한다. 다행히도 나는 새로운 툴들을 써보거나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면 피곤한 일이지만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면 기꺼이 배우는 게 낫다.  

     

    언제까지 배워야 할지 난감하지만, 계속 배우기

    미친 능력의 AI 툴들이 넘쳐난다. 따라가기 버겁지만, 이럴수록 나의 목적과 도달 지점을 명확하게 하고 필요한 것들을 찾아 배운다. 최근에 출시되는 제품들의 트렌드나 관심 주제의 글들, 특히 블로그나 트위터를 많이 보는 편이다. 여러 가지 인풋들을 받아들여서 내가 기존에 생각했던 주제나 아이디어를 변형시키고, 실험할 준비를 한다. 의도적으로 일정한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2. '계획'만큼 '실행'에 집중하기. 실패해도 앞으로 가기

    완벽보다 완성에 집중

    완벽을 기다리기보다 작게 제품을 만들어서 내놓고 피드백을 기반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디메이커나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일 텐데, 나에게는 이 단순한 진리를 실행하는 것이 진심으로 어려웠다. 실패가 두려워서인지, 아니면 그동안 '계획'을 세우는 업무에 익숙해서인지, 실행보다 계획하고 상상하는 것에 머물러왔다. 그래서 요즘은 처음부터 너무 큰 로드맵을 상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실행할 수 있는 것을 미루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편이다. 

     

    문제 해결을 즐기기

    작은 문제라도 스스로 해결하고, 필요한 리소스를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챗지피티나 다른 솔루션들이 이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주지만, 가끔은 일부 한정된 툴에 너무 의지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기도 한다. 특히 모르는 걸 물어봤을 때 지피티나 cursor가 던져주는 답에 감탄하며 무조건 따라 하게 되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코딩이든 뭐든 '생각하는 힘' 자체를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공들여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의 '양'을 떠나서 생각의 힘을 키우는 일인데, 지금 이 시대의 저런 좋은 도구들이 오히려 우리를 위협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하아. 좋긴 좋다는 것은 인정. 

     

    실패해도 계속 나아가기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속 시도하려는 마음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니 그게 뭔지 충분히 생각하고 조금씩 바꿔나가면 된다. 너무 기운 빠져서 감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진 말자. 실패보다 무서운 건 지치는 거다. 

     

    3. 나를 관리하기

    나는 그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짧은 시간에 에너지를 집중해 프로젝트를 마치고, 새로운 과제로 옮겨가는 방식에 익숙해있었다. 어찌 보면 나의 이런 업무 패턴이 인디메이커에 최적화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짧은 시간 동안 에너지를 집중해서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동안 내가 나를 돌보지 않은 대가는 컸고, 회복하는 데는 곱절의 시간이 걸렸다. 

     

    인디메이커로서 삶을 이어가기로 한 이상, 나의 건강과 시간들을 공들여 관리하고 최대한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재무적인 부분도 좀 더 신경 쓰기로 한다. 에너지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관리하게 위해 생산성을 높이는 솔루션들을 쓰는 것 외에도, 하루 중 업무의 집중 시간과 휴식 시간을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그리고, 월급 같은 고정적인 수입이 아직 크지 않고 수입 자체가 불규칙하기 때문에 고정 비용을 줄이고 구독 서비스에 쓰는 비용도 잘 관리하려고 한다. 넋 놓고 이것저것 쓰다 보니 나가는 돈이 꽤 커졌다. 

     

    4. 마음 챙기기

    자기 의심과 외로움을 극복하기

    혼자 일하기 때문에 가끔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들이 온다. 한번 그런 마음이 들게 되면 그쪽으로 생각은 더 깊어지고 그날 해야 할 일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유튜브를 떠돌다가 잠들기도 한다. 외로운 마음보다 더 무서운 건 나의 능력에 의문을 품게 된다는 건데, 이럴 때는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삶을 이어가는 주변 사람들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가볍게 만나서 맥주 한잔 마신다.  물론 인디메이커들을 위한 커뮤니티도 도움이 되겠지만, 나는 그런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편이라 아직 나에게 맞는 좋은 커뮤니티를 찾지 못했다. 있다면 알려주면 좋겠다. 해외의 경우 Indie Hackers, No-Code Founders 같은 커뮤니티들이 있다. 

     

    명확한 목표 갖기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목표. 이 것들을 갖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충분한 고민은 아깝지 않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모든 활동이나 계획은 의미가 없고 물기 없는 밀가루처럼 사방으로 흩어져버린다. 인생의 목표 같은 큰 그림아래 작은 단위의 목표들을 만들고, 거기에서 작은 단계별로 실천해야 할 것들을 정해 본다. 나 같은 경우 변하지 않는 목적은 있지만 세세한 목표들은 꽤 자주 바뀌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거기에 맞춰서 실행 계획들을 바꾸고 조정한다. 

     

    마음 챙김

    명상. 아침에 무조건 짧은 글 쓰기, 산책-  이런 것들이 없으면 지저분한 마음들에서 벗어나 심리적 안정을 취할 방법이 없다. 파괴적이고 소모적이지 않은 선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할 터.

     

    5. 혼자 있되 함께 살기, 커뮤니티 중심의 사고

    나는 함께보다 혼자가 편한 사람이다. 혼자 일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외로움을 빼면 만족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너무 혼자만의 세상에 갇힐 수는 없고 만드는 프로젝트들도 모두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 커뮤니티적 사고를 하려고 한다. 혼자 일한다고 해도 고립되지 않고, 피드백과 교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만의 콘텐츠 쌓고 소통하기

    나의 여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 그저 이름만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경험한 것, 만들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쌓아둘 수 있는 나만의 글 창고가 있어야 하고, 사람들과의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 어떻게 진전시키고 있는지,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등 이야기하려고 한다. 비슷한 생각을 하거나 영감을 주는 사람들도 가끔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블로그와 스레드 계정을 활용하고 있다. 

     

    인디메이커로 살아남기 위해 기술이나 창의성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균형 잡힌 삶과 명확한 목표가 필수적이란 생각이다. 이 두 가지가 정확해야 그에 맞춰서 학습이든, 행동력이든, 나만의 콘텐츠를 쌓는 일이 가능하지 싶다.

     

    따로, 그리고 같이 움직이기

     

    얼마 전 스레드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앞으로 프리랜서의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기존의 '회사'와 같이 법적이거나 반강제적인 조직에 속하지 않은 채로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런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의 프로젝트 진행을 돕거나 삶의 방식을 유지시켜 주는 비즈니스들이 더 주목받지 않을까.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지만, 혼자 서는 것은 외롭다. 혼자 서기로 결심하는 순간 자유로움과 함께 외로움이 따라붙는다. 모든 일의 선택과 그로 인한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는 무거움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도 혼자 서보는 연습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만으로도 귀한 경험을 얻게 될 테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후회들을 다짐으로 바꿔서 길게 써봤지만, 어쨌든 이런 말이 다 무슨 소용인가.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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