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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디메이커인 나에게 1주일만 남아있다면, 어떻게 보낼 것인가.
    memo 2024. 11. 1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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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시작하기 위해 먼저 나를 고백해야 한다.

     

    평소 나의 머릿속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내가 나를 설득하지 못하면 한 발짝도 못 나간다. 
    꾸준하게 매일 같은 일을 하는 것에 쉽게 질린다. 

     

     

    나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물론 이런 것 때문에 나의 삶이 유지되기도 했다. 성장하기도 했다. 인정한다. 좋든 싫든 저런 식의 선택의 총합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3개월 바짝 고생해서 3년치 연봉을 벌었다.

    3개월 정도 제법 덩치가 큰 외주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니 큰 현금이 법인 통장에 꽂혔다. 법인 통장에 꽂힌 돈은 대표인 나의 개인 돈이 아니고 개인 돈처럼 쓸 수도 없으니, 처음엔 그저 '구슬 모으기'라 생각하고 덤덤했다. 물론 그동안 돈을 못 벌어서 마음 졸이고 힘들던 시기에서 잠깐동안은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에 행복하고 감사했다. 가족들과 가까운 친구들도 나와 함께 행복했다. 하지만 며칠뿐이었다.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불안감이 덮쳤다.

    한 발짝 다시 나가기가 힘들어졌다. 방황은 잠시만 해야 하는데, 2달 정도 방황했다. 그 사이 오랜 숙원이었던 북유럽과 런던에 꽤 길게 머물렀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정리도 하고 진행 중인 사소한 일들도 처리하면서 노마드 워커, 리모트 워커로서의 삶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집이 아닌 곳에 오랜 시간 머물고 있기 때문인지, 여행과 일 사이 어딘가에 있어서인지, 마음은 공중에 떠있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을 마주하기 싫어 자꾸 밀어내고 있었다. 3개월간의 프로젝트는 운이 좋았던 것이지, 연속성이 보장된 게 아니지 않나. 결국 내가 하려고 했던 일, 하고 있던 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쉽게 돌아가지 못했다. 막연함 불안감, 나라는 사람의 먹고사는 일, 미래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다. 통장에 단 얼마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다가 이제는 이전보다 더 큰 불안함이 나를 덮친 것이다.

     

    나의 단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니, 오히려 간단해졌다.

    온갖 불안함과 공포감의 근원은 '나'에 대한 것이었다.

    위에 고백한 나의 단점들을 남은 인생동안 바꿀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여기서 딸깍, 한번 정리되었다. 바꿀 수 없는데 바꾸려고 하니까 힘들었던 거구나. 그래서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의 단점들을 그대로 인정하니 아주 조금은 심플해졌다.

     

    만약에 나에게 주어진 삶이 적당하게 짧은(너무 위기감을 고조시키지 않는!) 기간라면, 나는 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떠나게 될까. 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인 라스트노트도 떠올렸다. 대단한 것을 이루지 않더라도 최소한 내가 나를 이해시키고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의 모습으로 살다가 떠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그러면서 돈도 벌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나에게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관점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봤던 영상도 떠올렸다. 

     

    Ali Abdaal은 유튜브 구독자 590만의 유투버다. 이런 류의 콘텐츠를 자주 보진 않지만, 유투브 알고리즘의 덫에 걸려서 종종 눈에 띄기 때문에 가끔 클릭해 본다. Ali Abdaal은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 정리가 잘 안 될 때 목표를 3-4개로 단순하게 정하고 "나에게 2시간만 있다면? 4시간만 있다면?" 이런 식의 질문을 던지라고 한다. 

     

    나에게 2시간, 4시간은 너무 짧게 느껴진다. 위기감만 고조시키고 더 불안해진다. 만약 나에게 그 시간만 남아있다면 나는 일을 하는 대신 가족들에게 당장 달려가서 엄마의 김치와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를 먹을 거다. 일을 왜 해. 

     

    그래서 '시간'단위의 짧은 단위가 아니라 1주일 정도로 정해 보기로 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이 일주일밖에 없다 생각하고, 일주일 뒤엔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삶을 최대한 심플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1주일 뒤에는 운이 좋게도, 감사하게도 다시 일주일이 반복될 수 있다. (소행성 충돌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거의 99.99%의 확률로 일주일 단위를 반복할 수 있다. 미리 감사한다.)

     

    1주일이라는 큰 단위를 정했으니 요일별로, 시간대별로 쪼개보기로 한다. 

    나 스스로에게 가장 큰 투자가 될 일들에 하루 중 3시간 정도를 쓰기로 했다. 해오던 대로 매일 아침 1시간 반정도 글을 쓰거나 생각을 적고 나머지 시간은 운동과 영어에 쓰기로 한다. 운동하는 중에 영어를 같이 할 수 있다. 이 시간을 제외하고 7일 동안 어떤 일을 할지 정해 본다. 이렇게 해야 무슨 요일은 뭘 해야 하는 날-이라고 정해진 흐름대로 움직이고 거기에만 집중할 수 있을 테니.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or 당장 돈이 되는 일

    당장에 의뢰를 받아 해결해야 하거나, 수익화를 하기에 가장 현실적인 마케팅 솔루션 프로젝트에 시간을 쓰기로 한다. 

     

    목요일: 나랑 같은 관심사, 니즈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프로젝트

    나랑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1인 기업, 프리랜서 등이 타겟인 프로젝트들을 운영하는데 집중하기로 한다.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해야 하는 집중의 수준보다는 약간 낮다. 두세 가지 프로젝트가 있는데, 큰 고민 없이 해야 할 과업들을 처리하고 운영해 보기로 한다.

     

    금요일: 세상 둘러보기. 사회에 조금이나마 힘 or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

    세상을 같이 사는 사람들을 위한, 돈 버는 것은 잠시 뒤로 둔 프로젝트에 집중한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블로그에 작성한다. 

     

    토요일: 세상에 남길 말 남겨두기

    이제 나의 인생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주로 긴 호흡의 글들을 블로그에 써두고, 평일에 마무리하지 못한 글이 있다면 이날 마무리한다. (평일에 2시간 이상 글쓰기로 시간을 보내지 않기로 한다) 스레드에 남겨둘 말들도 미리 생각해서 예약해 둔다. 물론 예외적으로 평일에 바로 올리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간단히 적어둔 후 다시 들여다보고 다듬어서 올리는 게 좋겠다 싶다. 

     

    일요일: 내게 주어진 1주일의 마지막 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이미 1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더 확실히 해두기로 한다. 내가 살아온 1주일을 둘러보고 내가 했던 일들을 회고한다. 토요일에 다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일요일에 마무리한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내일 눈이 떠지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오늘 마침 토요일이니 세운 계획과도 결이 맞는다. 스스로 등 떠밀듯 시작한 티스토리 오블완 챌린지 덕분이다. 거창한 계획이나 순수한 의도는 없고 그저 오늘까지 챌린지 3일 차를 채우면 햄버거 쿠폰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뿌듯하다. (받을 수 있는 거 맞겠지?) 너무 멀리 보지 말고, 한 번에 가려고 하지 말고 이렇게 눈앞에 놓인 것들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다시 나아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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