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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로 가능하지 않은 것
    memo 2024. 11. 1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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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소셜미디어와 친한 사람이 아니다.

     

    한 달 동안 헬싱키, 코펜하겐, 런던을 돌며 놀고, 일도 하고, 축구도 보고 왔지만 개인 인스타그램에는 그 기간에 대해 달랑 3개 정도의 사진만 올라가 있다. (찍어놓은 사진은 많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일들과 나의 생각을 어떻게든 알려야 하니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야 하고, 꾸준하게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쓰려고 노력한다.

     

    뭔가를 만들어내고 내 생각들을 표현하고, 호응을 받는 일은 쉽지않다. 

    챗지피티로 글감을 찾고, 그럴듯하게 글을 만들어서 다듬어 올린다는 사람들은 많은데, 시도해 봤지만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의존하기는 어렵다. 거의 그대로 복사 붙여 넣기해서 1회성 글을 올리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챗지피티가 보여주는 글들이 분명 객관적으로 퀄리티가 낮진 않은데, 나의 지식과 감정에서 나온 것들이 아니니 단 몇 마디를 덧붙이기도 부자연스럽다. 

     

    어쨌거나, 최근엔 스레드에 조금씩 재미를 붙이고 있다.

    스레드에서 요즘 나의 피드는 AI, 디지털노마드, 사업, 글쓰기, 디자인에 대한 글들이 대부분이다. 바구니 뜨개질 사진을 한번 올렸더니 뜨개질 영상도 간혹 올라온다. 알고리즘의 덫에 제대로 갇힌 느낌이다.  

     

    스레드에 내가 올리는 글의 키워드, 그리고 내가 시간을 들여 보는 글,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거나 댓글을 다는 내용들 때문에 알고리즘의 덫에 갇힌 것이겠지만, 알고리즘 때문이 아니라도 요즘 사람들의 관심은 "AI를 써서 어떻게 하면 빠르게, 개발자나 디자이너 없이 뭔가를 만들어내서 돈을 벌 수 있는가"이다.  

     

    개발자 없이, 디자이너 없이 AI로 이렇게 혼자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월 얼마를 벌 수 있다는 식의 콘텐츠 홍수 속에서 '나에게도 기회가 있겠다! 빨리 움직여서 잠잘 때 돈이 들어오게 만들자!'라는 의욕이 생기는 대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앞으로 어떤 능력으로 먹고살아야 할 것인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이 많아지고 겁도 난다.

    그래서, 스레드에 남겼던 글에 조금더 생각을 보태서 여기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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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는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간격을 더 넓힌다.

    AI는 누구나 쉽게 혼자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확실히 어떤 부분에선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오랜 시간 반복하고 관련해서 지식을 쌓은 사람들이 AI를 활용하기 시작하면 확실한 간격이 느껴진다. AI를 활용한다는 것의 핵심은 결국 '무엇을 원하는가'에 있는데, 이 욕망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 쌓여온 지식과 자신만의 경험, 감정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그저 "누군가는 ~~이런 걸 AI로 만들어서 한 달에 300만 원을 번대, 천만 원 버는 사람도 있대"라는 것에 휩쓸려서 비슷한 방식으로 따라 해본다 해도, '원하는 것'을 떠올리거나 진정으로 원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개발자나 디자이너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준다는 관점에서 나도 AI의 활용을 배우려는 입장에 속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나만의 특별한 관점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프로젝트는 '간절한 욕망'에서 출발한다.

    뇌과학자 박문호님은 프로젝트가 '간절한 욕망'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욕망은 기억에서 오는 것인데, 인터넷이  발전할 수록 머리에 지식이 담기지 않고(금방 찾을 수 있으니 알필요 없음) 나의 기억에 담기지 않으니 무언가를 원한다는 욕망도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무슨 수를 쓰더라도 양질의 기억과 경험을 반복해서 쌓고, 다른 것을 알고 싶다는 느낌을 만들어야 한다. 애매함을 참고, 힘든 때를 견디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빠져나오지 않고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성은 방황에서 나온다. 단, 방향이 있는 방황이어야 한다. 그런 방황을 한 사람들,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존경한다. 

     

    내가 요즘 보는 대부분의 글들이 AI를 예찬하고, AI의 활용에 대해 '너만 몰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 몇 자 적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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