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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느리게, 하지만 가장 빠르게 코딩 배우기 도전
    project 2024. 5. 2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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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썬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후 5년이 흘렀다.

    처음 생각한 건 2020년이니까, 5년째다. 5년동안 인프런, 유데미, 노마드코더, 패스트캠퍼스의 수업들을 기웃거렸다. 적게는 2-3만원부터 20만원쯤 되는 수업까지- 돌아보면, 수업을 등록하는 것만으로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심지어 가장 비싼 수업료를 낸 곳은 어디였는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파이썬으로 데이터 분석을 배우는 수업이었는데, Noom과 관련 있는 곳이었다는 것, 주피터나 판다스 같은 '단어'들만 어렴풋이 기억난다. 아, '사과', '배' 이런 것도. 

     

    <000 완전 정복>, <성공 비법>, <최고의 강의>들이 넘쳐난다.

    요즘 왜 개발 대신 강의 콘텐츠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개발자들이 많이 보일까. 내 주변 개발자 4명중 3명이 강의 콘텐츠를 만들거나, 그런 류의 플랫폼에서 활동한다. 이유를 심각하게 떠올릴 필요도 없다. 바로 돈이 되기 때문. 좀 더 보태자면, 한번 만들어두면 큰 노력 없이 돈이 쌓이기 때문.

     

    개발이 아니라,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블로그 수익화,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이런류의 컨텐츠를 어쩌다 한번 클릭하거나, 잠시 머물렀다 싶으면 플랫폼들이 곧장 알아채고 내 피드를 관련 컨텐츠로 도배해 버린다. 

    여기서 잠깐!  얼마 전 타일러가 이 점을 학습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인상적이었다. 의도적으로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 관심 있는 것들만 클릭하고 더 길게 체류해서 내 피드들을 항상 관련 컨텐츠들로만 채워두라는 것. 포르투갈어를 배우기 위해 아이폰의 언어 설정부터,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저장 등을 의도적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어쨌거나 이런 컨텐츠들은, '어? 이것만 따라 하면 나도?'라는 환상과 다짐을 먹고 산다. 지난 5년간 나 역시 이런 환상과 다짐으로 코딩 수업들을 샀고, 따라 하며 배우려고 노력했다. 2주간 챌린지도 해보고, 개발 유튜브도 구독하고(자바스크립트 6시간 풀코스 강의, 파이썬 정복 12시간같이 무료로 볼 수 있는 컨텐츠들이 정말 많다) 개발자들이 올린 컨텐츠도 틈틈이 보면서 그 세계를 간접체험했다. 요즘 뜨는 개발언어가 뭔지, 빨리 개발을 배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아봤다.

     

    이상하다. 배웠는데, 남는 게 없다.

    분명 나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교재나 온라인 강의를 보면서 익히기) 파이썬, 자바스크립트, HTML, CSS 등등을 조금씩 익혔는데 기억나는 게 없다. 모멘텀을 똑같이 만들어보기도 하고, 화면 사이즈를 줄이면 배경컬러가 바뀌는 것도 해보고, 파이썬으로 크롤링하는 것도 배웠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현업의 개발자들이 '그것은 코딩이나 개발이라고 부를 수 없다. 이 양반아.'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도 안다. HTML, CSS 같은 건 그저 기본이고 코딩축에는 못 낀다는 것을.

    그래도 어쩌겠나. 내 머릿속에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그런 경험들 뿐이다. 

     

    그럼 어떻게 배워야 하나.

    나는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프로덕트를 이미 갖고 있다.

    돈 쓰고 사람 써서 만든 '내 것'이지만,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코드 뭉치들을 보면 슬프다. 한 줄 한줄 글자 자체는 잘 보이지만 이해할 수 없으니 멍해진다. 프로덕트를 새롭게 다듬고 싶어도 일정 스펙의 개발자나 돈 없이는 아무것도 할수 없으니 답답했다. 뭔가 만들고 싶다는 죄목으로, 개발자에게 구속되어 있는 느낌이다.(돈은 분명 내가 쓰고 있는데!) 특히 요즘처럼 여러 가지 상황으로 고민이 많을 때는 내가 마치 무기징역수가 된 것 같다. 그들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를 아주 조금이라도 탈출하고 싶다.

     

    다행히도 나는 만들고 싶은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사용할 완성형의 파이썬 코드 뭉치를 들고 있다. 뭐 사실 아예 새로 만드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만. (고치는 것보다 새로 만드는 게 쉽다는 이야기를 개발자에게 주워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가장 비싼 교재로 스스로 배우는 동시에, 엉망진창이라도 좋으니 직접 뭔가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이미 갖고 있는 프로덕트의 핵심 컨셉은 유지하되 카페24의 스토어에 올라갈 앱을 직접 만들기로 한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은,

    - 파이썬 개발자와 작업하면서 몇 번이고 뒤집어서 새로 만들었던 코드들 @Github

    - Django로 돼있는 어드민 대시보드

    - AWS EC2...? 암튼 서버 계정 (지금 내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약간 부끄럽지만, 상관없다! 곧 알게 될 테니)

     

    계획은 이렇다.

    1. 2개월간 가장 미니멀한 기본 기능만 살려서 어떻게든 '돌아가게' 만들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기능은 욕심나더라도 일단 제낀다. (아직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고, 먹고사는 일도 같이 해야 하니 최대 3개월 본다. 2개월 넘어가는 순간 상태 파악하고 문제 되는 것들은 기존 개발자에게 최소한의 도움을 받아 직접 해결한다.) 이 기간 동안, 미리 잠재 고객을 확보한다. 매일 어떤 걸 했는지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긴다.

    2. 카페24의 스토어 심사 통과하기

    3. 1개월간 세일즈하고 반응보기, 오류 수정하기

    4. 잘 모르겠으면 1개월 더 지켜보기

    5. 접을지 유지할지 판단하기

     

    잘될지, 안될지 아직 모른다. 카페24의 API 문서들을 아주 가볍게 훑어봤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이렇게 하면 실패해도 뭐라도 남을 거라는 거다. 블로그에 이 과정을 매일 쓰기로 했으니 3개월이면 90개다! 그리고 최소한 아나콘다, 주피터, 사과, 배, if, else 이런 단어보단 많은 걸 기억하겠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을 찾아가면서 배우는 게 그 어떤 수업보다 나을 거라는 생각이다.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무엇보다 궁금하지 않은 "파이썬으로 CSV 파일 읽고 쓰기" 챕터를 읽고 따라 해보는 대신, 이 글을 쓴 것이 자랑스럽다. 오늘 이 정도로 고백했으니 내일부터 1일이다. 

     

     

     

    [1주차: 5/23~] 프로젝트 계획 다듬고 기존 코드 이해하기

    이 글은 이전에 작성한  느리게, 하지만 가장 빠르게 코딩 배우기 도전>의 실천을 담은 내용으로, 마케팅 관련 카페24 앱을 스스로 만드는 시도에 대한 기록이다. 지금부터의 기록은 하루하루

    gonila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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